『눈먼 시계공』진화에 대해 생각해보기 by 무민

2009년이 다윈 탄생 200주년에 『종의 기원』출간 150주년이지요
물론 생물학이 전공은 아니지만 과학을 공부했다고 하면서 누가 저에게
"대체 생물이 진화했다는-한다는 증거가 뭔데? 그게 말이 되는 얘기야?"라고 묻는다면
저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진화론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건 고등학교 때의 생물 수업 수준이니까요
(저는 분명 1학년 때 생물학을 2학기에 걸쳐 수강했는데 어째서 진화론에 관한 건 머리 속에 남아 있질 않을까요...)
그래서 『눈먼 시계공』을 집어 읽었습니다..진화론에 대해 어떤 개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틈틈이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들고 읽었는데, 글이 매끄러워서 각 장을 중간에 끊어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유명한 책이니 평 같은 것은 필요가 없겠고, 각 장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려고 합니다

1장 :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일
        윌리엄 페일리의 '시계공' 비유로 시작하는 장입니다. 이 비유가 책의 제목을 결정지었겠죠. 
        여기서는 진화론에 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책 전체의 도입 부분쯤 되겠네요.
        눈의 복잡성과 경이로움으로 마무리하는 부분을 보면 창조론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2장 : 훌륭한 설계
        박쥐의 음파 이용에 대한 비유로 시작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기관들이 '설계'의 증거라고 여기는 입장들을 비판합니다. 아직은 도킨슨의 주장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3장 : 바이오모프의 나라
        간단한 질서를 만드는 '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름의 결과가 세대에 걸쳐 누적되는 것이 생물진화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얼핏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누적적인 변화를 시험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9개의 유전자를 가진 이 바이오모프들은 세대에서 세대로 자신들의 유전자를 전달하며 매 세대에 한 가지의 유전자 변화를 극히 작은 값만 일으키도록 만들어졌지만 29세대만에 나뭇가지에서 곤충과 같은 모양으로 변합니다. 이 장의 어떤 글보다 이 진화의 계통도 하나가 가장 핵심을 요약해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바이오모프 프로그램을 통해 도킨슨이 강조하는 것은 돌연변이를 통한 '도약'이 보다 죽음에 가깝고, 매 단계마다의 조그마한 변화의 누적이 생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점입니다.

4장 : 진화의 갈림길
        여기서는 2장의 마지막에서 등장했던 내용이 등장합니다. 전체가 완전히 갖추어져 기능하지 못하는 기관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죠. 눈의 경우 수정체와 망막, 시신경이 동시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불필요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도킨슨은 이에 대해 만일 초점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는 눈이라도 그것이 흐릿하게나마 형체를 구분할 수 있다면 없는 것보다는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도킨슨은 '작은 계단을 하나씩 밟아가는 진화'라는 개념에서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에서 기관의 극히 작은 성능 향상도 보다 높은 생존확률과 연관되고, 이로써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허파와 날개, 귀와 곤충의 의태 등에 대해 반복됩니다. 그리고 어떠한 변화가 한 종의 생존에 적합할만큼 뛰어나다면 그것은 다른 종에 의해서도 같은 형태를 드러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돌고래와 박쥐의 초음파 이용,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사는 서로 다른 종의 전기물고기와 같은 수렴진화를 예로 듭니다.

5장 : 유전자의 힘
        드디어 DNA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도킨슨은 DNA야말로 생명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유전자=생물이라는 것은 지나친 환원주의겠지만, 유전자가 생물의 특징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은 널리 인정되는 것이죠. 생명의 정보를 저장하는 DNA의 불가사이한 존재야말로 누적적인 자연선택의 기본이 된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고, 가끔은 그 복제 과정에서 원본과 아주 작은 부분에서 다른 복사본이 생겨날 가능성, 그리고 이러한 복제자의 변화가 다른 것에 영향을 미쳐 자신이 복제될 확률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인과관계. 도킨슨이 생각할 때 이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인과관계의 사슬이 존재한다면 그 사슬은 스스로를 복제해 세상을 가득채울 것이고, 우리는 그와 같은 사슬을 직접 보고  있다는 것이죠. DNA라는 복제자와 그 정보들로부터 비롯하는 생물들의 신체들이 그것입니다

6장 : 생명 탄생의 기적
        드디어 최초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 장에서 소개하는 생명의 탄생에 관한 이론은 케언스 스미스의 '무기 광물질' 이론입니다. 지금의 DNA와 같은 복제 시스템 이전에 다른 형태를 가진 복제자가 존재했을 것이고, 그것이 어느 순간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의 DNA 복제자에 밀려 사라졌다는 이론인데, 여기서는 스스로를 복제하는 일종의 무기결정이 최초의 생물-지금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일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DNA는 이러한 무기물 형태의 생명이 스스로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게 된 도구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이론이죠. 처음에는 무기물 결정의 복제 과정에서 만들어지던 유기분자가 스스로 복제성을 획득하면서 진화했다는 것이죠. 처음 접해 보는 이론이고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론입니다. 나중에 케언스 스미스의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기억해두었습니다. 얼핏 보기에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도킨슨은 생명의 기원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의 놀라운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여기에 '허용해 줄 수 있는 기적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가' 라는 것인데요, 어떠한 기적이라도 그것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을 통해 구할 수 있고, 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적의 확률은 정말 일어날 리가 없어 보이지만, 수십억 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날 확률이라면 15억년 전 쯤에 한 번 일어났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간감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해도 말이죠.
        도킨슨이 제시한 15억년은 지구의 탄생과 화석으로 남은 최초의 세균 중간쯤에 해당하는 시간입니다.
 
7장 : 건설적인 진화
        자연선택에 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기 위한 장입니다. 자연선택은 잘못 변이된 개체를 배제할 수는 있지만, 복잡한 기관을 만들어내는 데에 기여하지 못하는 파괴적인 힘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앞에서 계속 강조되었던 누적적인 자연선택과 일종의 '체'로서의 자연선택이 결합할 때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유전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협동'과 '경쟁'이라는 개념같습니다. 유전자 사이의 협동은 동일 종의 유전자 풀 안에서 해당 종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의 팀이 만들어진다는 것이고, 경쟁은 서로 다른 종, 여기서는 포식자와 먹이가 되는 생물을 예로 드는데, 사이에서 일종의 군비확장의 양상을 띠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붉은 여왕의 비유가 잠깐 언급이 되는데요,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도 한 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8장 : 폭발과 나선
        이 장이 주로 다루는 것은 성 선택과 진화의 관련성입니다. 정의 피드백이라는 개념을 통해 특정 종 내에서 두드러진 특성을 나타내는 수컷들(혹은 암컷들)이 선호되게 되고, 그러한 경향이 강화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여기서 설명하고 있는 것은 꼬리나 무늬와 같은 두드러진 특징을 크게 나타내는 이성을 선호하는 경향은 임의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 자체도 상대 성의 특징과 마찬가지로 자연선택된 결과라는 주장입니다. 꼬리가 긴 새가 있다면 그 새의 아버지 새는 긴 꼬리의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고, 어머니 새는 긴 꼬리를 가진 상대를 선택하는 유전자를 가졌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새는 몸 안에 두가지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고 자신의 자손들에게 이 유전자를 물려주게 됩니다. 이것이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과정에서 초기에 긴 꼬리를 선호하는 새가 아주 작은 차이만큼 더 많았다면 먼 세대의 자손들은 대다수가 긴 꼬리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긴 꼬리에 대한 선호도 세대를 거듭하며 증가하고, 이에 맞춰 꼬리의 길이 역시 길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9장 : 구멍 난 단속평형설
        여기서 도킨슨은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단속평형설'이라는 개념은 결코 기존의(다윈의) 진화론을 뒤엎는 새로운 내용이 아님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불분명하게 쓰이는 용어의 명확한 정의에서부터 시작하여, 지질학이나 진화론을 연구할  때의 시간관념은 일상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는 점도 강조하구요. 하지만 제가 이 단속평형설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도킨슨의 주장이 어떤 면에서 옳고 어떤 면에서 자의적인 주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10장 : 진정한 생명의 나무는 하나
        분류학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상당히 생소한 분류학의 갈래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서 도킨슨이 비판하는 대상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장 전체에 대해서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11장 : 경쟁 이론들의 최후
        진화에 대해 다윈과는 다른 식의 설명을 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이론들에 대한 도킨슨의 공격입니다. 이 장의 결론은  다윈의 진화론이야말로 생명의 경이로운 기적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이론이다...정도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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