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세계사』사탕수수 있는 곳에 노예가 있다 by 무민

사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달콤해서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죠
오늘날 대량으로 생산되는 설탕이 없었다면 이처럼 달콤한 먹거리들을 맛보기 힘들었을 겁니다
단 맛을 낼 수 있는 식재료는 한정되어 있고 구하기도 힘들어서 예전에는 부유함의 상징과도 같았기 때문이죠

하얗고 달콤한 설탕은 대부분 사탕수수에서 얻습니다
사람키를 훌쩍 넘어 자라는 훤칠한 사탕수수를 베어 즙을 내고 몇 번에 걸쳐 졸여 얻어냅니다
사탕수수를 베고 빨리 작업하지 않으면 즙이 발효되어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일처리가 요구됩니다
또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데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관개시설도 요구되죠
이 때문에 사탕수수 농장에는 명령에 따르는 많은 인력이 필수적입니다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할 노동자들과 이들이 따르는 분업화된 생산과정 등은
사탕수수 '농장'보다는 '공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에 의해 역사적으로 사탕수수 재배는 노예제도와 얽히게 되었습니다

『설탕의 세계사』는 설탕, 사탕수수로 만드는 설탕의 역사를 통해
유럽과 카리브해, 아프리카가 어떻게 얽혔는지를 풀어냅니다
사탕수수를 재배할 땅을 제공한 카리브해와 여기서 일할 인력을 제공한 아프리카
그리고 그 달콤한 열매를 거둬간 유럽
식품으로서의 설탕이 아니라 세계상품으로서의 설탕이 각 대륙의 과거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나 아직도 모노컬처의 폐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카리브해의 현실이 인상깊습니다

어렵지 않게 쓰여져있고 분량도 많지는 않지만 충실한 내용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악마가 준 선물, 감자이야기』 by 무민

 반 고흐의 작품 중에 <감자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이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1885, 반 고흐 미술관 소장

고흐는 이 그림에서 농부들이 투박한 손으로 직접 땅을 파서 얻은 감자를 나누어 먹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진솔한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식탁위에 보이는 것이라곤 냄비에서 방금 꺼낸 듯한 삶은 감자와 커피라고 생각되는 음료뿐
등잔불 아래의 단촐한 식탁은 고달픈 농부들의 하루에 작은 위안일겁니다

고흐의 그림을 불러온 것은 이 그림이 책에서 얘기하려는 바를 가장 잘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감자는 유럽의 주식이었던 밀과 같은 곡물에 비하면 재배에 들이는 노동력도 적은 편이고
복잡한 농기구도 필요없이 삽만으로도 쉽게 파종할 수 있다는 편리성을 가졌습니다
또 작고 거친 땅에서도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고 조리도 복잡하지 않죠
18세기 아일랜드나 프랑스의 빈농들은 부족한 식량을 감자로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자는 남미에서 유럽으로 도입되어 지금처럼 널리 먹게 되기까지 정말 험난한 과정을 거쳐 왔습니다
호감이 가는 모양이 아닌데다 기존의 가지과 식물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유럽인들의 편견,
그리고 남미의 척박한 땅에서 들여온 하층민들의 음식이라는 선입견은 감자의 진정한 가치를 가려버렸죠
또한 재배에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이 든다는 점은 오히려 나태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이로인해 당대의 사회적 문제들의 원인으로 부당한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죠

이 책은 400년에 걸쳐 감자가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고, 어디서는 사람들을 구하는 식량이 되기도 했는지
당시의 아일랜드와 영국, 프랑스를 배경으로 보여줍니다
당시 유럽의 경제, 문화를 통해 감자에 얽힌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글의 전개도 내용도 한 번 집중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곳곳에서 눈에 들어오는 이상한 번역때문에 몰입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다거나, 문장내의 어순이 엉망이라 다시 읽게 되는일도 생깁니다
서툰 번역이 좋은 책에 오점을 남긴 것 같네요

GS25의 베니건스 햄치즈 또띠아 by 무민

어머니 아시는 동네분이 GS25를 하셔서, 가끔 어머니가 유통기한이 좀 지난 것들을 가져오곤 하십니다
떠먹는 요쿠르트류라던지, 삼각김밥이라던지,
저번엔 유통기한이 이틀쯤 지난 샌드위치도 먹어봤습니다..상하진 않았더라구요
유통기한은 24일까지였네요...지난주 토요일이니 아주머니께서 어제 매장에 갔다가 지난 것을 들고오신 모양입니다
다행히 개봉했을 때에도 이상한 냄새같은 것은 나지 않아서 안심하고 먹었습니다
햄과 치즈, 토마토와 상추, 양파 약간...동봉된 소스는 허니 머스터드
맛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식감도 좋고, 치즈와 햄도 꽤 들어있어서 섭섭하지 않구요
불편한 점이라면 부어먹게 되어 있는 소스가 잘못하면 옆으로 다 흘러 손이 더러워진다는 점??
그런에 어차피 또띠아 싸고 있는 랩을 벗기려면 손을 더럽혀야 하니까요

그런데 양이 적은 편입니다...간식으로밖에는 안 느껴지네요
그리고 2천8백원이라는 가격도 편의점 간식으로는 비싸다는 느낌이 듭니다
KFC의 트위스터가 3천원이지만 좀 더 두툼하고
맥도날드의 치킨 스낵랩은 작긴하지만 단품은 천7백원이죠..세트라도 2천2백원
맛도 편의점의 다른 샌드위치류와 별로 차별이 있는 것 같지 않고
하긴 잘 안 팔려서 결국 제 위장까지 도달했으니까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과학』SF소설을 읽는 법 by 무민

더글라스 애덤스의『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얼마전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었죠..우울증에 걸린 마빈이 무척이나 귀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과학』은 이『안내서』에 등장하는 과학적 개념들에 대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내서』를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고,이 책만을 읽는다해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안내서』에는 SF답게 여러가지 과학적 문제들이 등장하는데요
전 우주의 종말이라던지, 외계인의 존재, 확률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우주선 등이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과학』의 저자인 마이클 핸런은 이러한 개념들에서부터
현대 우주론이나 물리학의 여러 개념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하지만 복잡한 수식들은 배제하고, 가능한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글들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외계인이나 우주의 시작과 끝, 순간이동이나 42가 답인 궁극의 질문 등이죠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좀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이 있습니다

『안내서』와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양장본과 같은 디자인의 표지라서 옆에 꽂아 놓으면 잘 어울리겠네요


『다윈이후』 by 무민

다시 한 권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을 읽었습니다...사이언스 북스의 2008년판『다윈 이후』입니다
이 책 역시 『판다의 엄지』처럼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월간지《자연사》에 연재한 칼럼들을 추려서 엮은 것으로
진화론 자체보다는 진화론을 통한 생명사의 이해나, 진화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고자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한 편, 한 편 모두 재미있고, 생물학의 영역뿐 아니라 지질학에 대한 이야기나
과학에 대한 편견, 사회와 과학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입니다

일관적으로 인간을 특별하게 취급하는 노력을 배제하고자 하는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2부 '인류의 진화'나 6부 '자연에 대한 오만과 편견' 등이 특히 그렇게 느껴집니다

8부 '인간 본성의 과학'은 지금도 여기 제시되어 있는 믿음들이 끈질기게 살아있다는 점에서
자세히 읽고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아야 할 장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범죄성이나 (계량화가 가능한 것인지에서부터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지능 등이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는 믿음
그러한 믿음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한 사회정치적 함의를 깨달을 필요가 있는 것 같네요

대부분의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가끔 이 책이 1977년판이라는 것을 읽다보면 느끼게 되는데
특히나 대륙이동설을 다룬 부분이 그렇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제가 '진리'라고 배웠던 이론이, 굴드에게는 대학때의 치열한 '논란거리'였더군요
저자와 저 사이의 시간적 거리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이런 재미있고 유익한 글을 쓰시는 분이 고인이 되셨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네요


『팬더의 엄지』재미있지만 산만하다 by 무민

지난번 『눈 먼 시계공』을 읽으면서 스티븐 제이굴드의 책도 읽어보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목표는 단속평형설에 대해 이를 주장한 사람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이해해보는 것이었죠
해서 고른 책이 『팬더의 엄지』였는데
처음 이 책을 고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긴 어렵겠네요

저자가 과학저널등에 기고했던 칼럼등을 모아서 공통된 주제로 분류해 손질한 책이기 때문에
내용도 좀 산만하고, 단속평형설에 대해서도 짧은 언급밖에 없습니다(총 8장 중 1장)
하지만 진화론 전반에 대한 이해에는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신이라면 그렇게 만들었을 것 같은) 너무나 잘 설계된/만들어진 생명의 구조와 기능은 진화를 입증할 수 없고,  
오히려 임기응변으로 보이는 너무나 이상한 해결방법이야말로 생명이 진화했음을 증명한다는 내용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머리글에서 밝히는 것처럼 총 8장인 책에서 진화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여겨지는 것은 절반뿐입니다
나머지 4개의 장은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저자 나름의 생각들입니다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편이지만 부분부분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으로 빠지는 모습도 보여서 아쉽네요

이 책에서 말하는 단속평형설의 근거는 대부분의 생물화석 기록이 나타내는 두 가지 특성,
정지(종의 형태상의 변화가 거의 없음)와 돌연한 출현(어느 지역에서 특정한 종이 거의 완성된 상태로 나타남)이
기존의 설명처럼 불완전한 화석기록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진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와 같은 현상은 진화의 두 가지 형태, 계통의 변화와 종분화 중 후자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계통의 변화는 어떤 종의 개체군 전체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고
종분화는 한 계통에서 새로운 종들이 가지를 쳐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종분화는 특정 종의 분포지역 주변부에서 그 크기가 작은 개체군에서 급속한 속도로 일어나고
이와 같은 종분화가 새로운 종이 갑자기 출현하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물론 굴드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말하는 급격한 변화란 지질학자의 척도로 수백에서 수천년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굴드는 진화란 매 세대에 걸쳐 물이 암석을 깍아내듯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특정 개체군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어떤 종의 충분히 큰 개체군은 진화적 변화에 저항하는 정체기를 갖는다는 것이죠(화석기록의 정지)

이 책에서 도킨슨과 대척되는 굴드의 입장(도약설을 옹호하고 진화론에 포섭하려는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요한 구조적 변화는 무수한 중간단계를 거치며 일어나기 보다는 급격하고 돌발적인 변화를 통한다는 것이죠
도킨슨은 『눈 먼 시계공』에서 이와 같은 대도약에서 나타난 돌연변이는 생존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는 점과
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한 변화는 여러 단계에 걸친 작은 변화의 누적으로 달성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들어
이러한 대돌연변이가 진화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굴드는 전적응(아직 완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생물의 구조가 후일의 완성된 구조와는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
실제 있었던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으며 배아 단계에서의 작은 변화가 성체에서 큰 변화로 나타날 수 있음을 들어
커다란 불연속적 변화가 새로운 개체군의 발생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단속평형설에 대해 어떤 개념은 얻은 것 같지만 아직 부족하네요
다음엔 『다윈이후』를 읽어봐야 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너무 일찍 읽어 버린 책 by 무민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케이블 채널순위를 매기라고 한다면 아마 디스커버리 채널은 3위안에 들겁니다 
디스커버리는 대체로 좋아하는 프로그램과 (Myth Busters 라던지, How it's made 라던지...)
나오면 바로 채널 돌아가는 프로그램 (Deadliset catch 등등...)이 섞여있긴 하지만 말이죠

이 채널 프로그램 중에 How do they do it?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런던에 사시는 큰언니가 내일이 생일인 동생의 생일카드를 부쳤는데,
스코틀랜드 호수의 섬에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 어떻게 생일날 아침에 카드가 도찰할 수 있을까?
라든지
멕시코 최대의 수력 발전소에서 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시설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라거나
지금 제가 쓰고 있는 티타늄 안경테를 만든 티타늄은 어떻게 정련되어서 여기저기 쓰이는지
따위가 주 내용인 프로그램입니다
나레이션 하시는 미국(이겠죠?) 성우분의 유쾌한 목소리와 함께 이런 화면을 보고 있으면, 재미도 있지만
지금  이 세상이 정말 상상도 못하게 복잡한 분업화와
이를 수행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탱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책 읽은 이야기는 하지 않고 주저리 주저리 TV 얘기나 하고 있었던 것은
책의 초반부가 꼭 이 프로그램을 보는 듯 했기 때문입니다
일터의 모습을 재조명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내는 1장이나, 마트에 진열된 참치의 행로를 쫓는 2장이 특히 그랬습니다
읽으면서 '보통, 당신도 혹시 나처럼 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나요?' 묻고 싶어졌습니다
'아직 보진 못했더라도, 보게 된다면 아마 맘에 들어할 거에요'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죠

3장이 되면 비로소 보통의 글다운 모습이 드러납니다
비스킷 공장의 밖에서 보기엔 지루한, 어쩌면 일하는 자신들도 동감하지 못할 의미가 부여된 일을 살피면서
그 진부함에 절망을 느끼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놀라운 물질적 풍요에 다시 감탄하기도 하고,
직업상담이나 회계업무처럼 그야말로 현대의 산업사회가 그 정점에 도달했을 보여주는 일들에서
오히려 일에서 충족감을 얻고 만족할만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란 얼마나 힘든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프랑스령 기아나의 로켓발사기지에서는 인류가 이루어낸 공학적 업적에 감탄하면서
거기에 있는 장엄함이 일상과 무관함에도 일상의 부조리함을 공학적 성취로 덮으려는 태도를 슬퍼하기도 합니다

대상이 되는 일에 대해 애정과 같은 것이 느껴지는 장은 그림 그리는 일과 송전공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자기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사소한 과정을 반복하는 화가의 이야기와
자신의 일과 자신의 삶의 관심과 의미를 일치시킨 송전기사를 따라가면서
 일에서 얻는 기쁨이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자신만이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직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일이란 것을 제대로 해 보지 않은 제가 읽기에는 너무 일렀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후에 일이란 것이 어떤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이 확실히 서면 다시 한 번 꺼내 읽어봐야 겠습니다


『눈먼 시계공』진화에 대해 생각해보기 by 무민

2009년이 다윈 탄생 200주년에 『종의 기원』출간 150주년이지요
물론 생물학이 전공은 아니지만 과학을 공부했다고 하면서 누가 저에게
"대체 생물이 진화했다는-한다는 증거가 뭔데? 그게 말이 되는 얘기야?"라고 묻는다면
저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진화론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건 고등학교 때의 생물 수업 수준이니까요
(저는 분명 1학년 때 생물학을 2학기에 걸쳐 수강했는데 어째서 진화론에 관한 건 머리 속에 남아 있질 않을까요...)
그래서 『눈먼 시계공』을 집어 읽었습니다..진화론에 대해 어떤 개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틈틈이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들고 읽었는데, 글이 매끄러워서 각 장을 중간에 끊어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유명한 책이니 평 같은 것은 필요가 없겠고, 각 장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려고 합니다

1장 :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일
        윌리엄 페일리의 '시계공' 비유로 시작하는 장입니다. 이 비유가 책의 제목을 결정지었겠죠. 
        여기서는 진화론에 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책 전체의 도입 부분쯤 되겠네요.
        눈의 복잡성과 경이로움으로 마무리하는 부분을 보면 창조론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2장 : 훌륭한 설계
        박쥐의 음파 이용에 대한 비유로 시작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기관들이 '설계'의 증거라고 여기는 입장들을 비판합니다. 아직은 도킨슨의 주장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3장 : 바이오모프의 나라
        간단한 질서를 만드는 '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름의 결과가 세대에 걸쳐 누적되는 것이 생물진화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얼핏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누적적인 변화를 시험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9개의 유전자를 가진 이 바이오모프들은 세대에서 세대로 자신들의 유전자를 전달하며 매 세대에 한 가지의 유전자 변화를 극히 작은 값만 일으키도록 만들어졌지만 29세대만에 나뭇가지에서 곤충과 같은 모양으로 변합니다. 이 장의 어떤 글보다 이 진화의 계통도 하나가 가장 핵심을 요약해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바이오모프 프로그램을 통해 도킨슨이 강조하는 것은 돌연변이를 통한 '도약'이 보다 죽음에 가깝고, 매 단계마다의 조그마한 변화의 누적이 생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점입니다.

4장 : 진화의 갈림길
        여기서는 2장의 마지막에서 등장했던 내용이 등장합니다. 전체가 완전히 갖추어져 기능하지 못하는 기관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죠. 눈의 경우 수정체와 망막, 시신경이 동시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불필요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도킨슨은 이에 대해 만일 초점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는 눈이라도 그것이 흐릿하게나마 형체를 구분할 수 있다면 없는 것보다는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도킨슨은 '작은 계단을 하나씩 밟아가는 진화'라는 개념에서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에서 기관의 극히 작은 성능 향상도 보다 높은 생존확률과 연관되고, 이로써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허파와 날개, 귀와 곤충의 의태 등에 대해 반복됩니다. 그리고 어떠한 변화가 한 종의 생존에 적합할만큼 뛰어나다면 그것은 다른 종에 의해서도 같은 형태를 드러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돌고래와 박쥐의 초음파 이용,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사는 서로 다른 종의 전기물고기와 같은 수렴진화를 예로 듭니다.

5장 : 유전자의 힘
        드디어 DNA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도킨슨은 DNA야말로 생명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유전자=생물이라는 것은 지나친 환원주의겠지만, 유전자가 생물의 특징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은 널리 인정되는 것이죠. 생명의 정보를 저장하는 DNA의 불가사이한 존재야말로 누적적인 자연선택의 기본이 된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고, 가끔은 그 복제 과정에서 원본과 아주 작은 부분에서 다른 복사본이 생겨날 가능성, 그리고 이러한 복제자의 변화가 다른 것에 영향을 미쳐 자신이 복제될 확률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인과관계. 도킨슨이 생각할 때 이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인과관계의 사슬이 존재한다면 그 사슬은 스스로를 복제해 세상을 가득채울 것이고, 우리는 그와 같은 사슬을 직접 보고  있다는 것이죠. DNA라는 복제자와 그 정보들로부터 비롯하는 생물들의 신체들이 그것입니다

6장 : 생명 탄생의 기적
        드디어 최초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 장에서 소개하는 생명의 탄생에 관한 이론은 케언스 스미스의 '무기 광물질' 이론입니다. 지금의 DNA와 같은 복제 시스템 이전에 다른 형태를 가진 복제자가 존재했을 것이고, 그것이 어느 순간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의 DNA 복제자에 밀려 사라졌다는 이론인데, 여기서는 스스로를 복제하는 일종의 무기결정이 최초의 생물-지금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일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DNA는 이러한 무기물 형태의 생명이 스스로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게 된 도구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이론이죠. 처음에는 무기물 결정의 복제 과정에서 만들어지던 유기분자가 스스로 복제성을 획득하면서 진화했다는 것이죠. 처음 접해 보는 이론이고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론입니다. 나중에 케언스 스미스의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기억해두었습니다. 얼핏 보기에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도킨슨은 생명의 기원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의 놀라운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여기에 '허용해 줄 수 있는 기적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가' 라는 것인데요, 어떠한 기적이라도 그것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을 통해 구할 수 있고, 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적의 확률은 정말 일어날 리가 없어 보이지만, 수십억 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날 확률이라면 15억년 전 쯤에 한 번 일어났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간감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해도 말이죠.
        도킨슨이 제시한 15억년은 지구의 탄생과 화석으로 남은 최초의 세균 중간쯤에 해당하는 시간입니다.
 
7장 : 건설적인 진화
        자연선택에 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기 위한 장입니다. 자연선택은 잘못 변이된 개체를 배제할 수는 있지만, 복잡한 기관을 만들어내는 데에 기여하지 못하는 파괴적인 힘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앞에서 계속 강조되었던 누적적인 자연선택과 일종의 '체'로서의 자연선택이 결합할 때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유전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협동'과 '경쟁'이라는 개념같습니다. 유전자 사이의 협동은 동일 종의 유전자 풀 안에서 해당 종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의 팀이 만들어진다는 것이고, 경쟁은 서로 다른 종, 여기서는 포식자와 먹이가 되는 생물을 예로 드는데, 사이에서 일종의 군비확장의 양상을 띠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붉은 여왕의 비유가 잠깐 언급이 되는데요,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도 한 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8장 : 폭발과 나선
        이 장이 주로 다루는 것은 성 선택과 진화의 관련성입니다. 정의 피드백이라는 개념을 통해 특정 종 내에서 두드러진 특성을 나타내는 수컷들(혹은 암컷들)이 선호되게 되고, 그러한 경향이 강화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여기서 설명하고 있는 것은 꼬리나 무늬와 같은 두드러진 특징을 크게 나타내는 이성을 선호하는 경향은 임의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 자체도 상대 성의 특징과 마찬가지로 자연선택된 결과라는 주장입니다. 꼬리가 긴 새가 있다면 그 새의 아버지 새는 긴 꼬리의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고, 어머니 새는 긴 꼬리를 가진 상대를 선택하는 유전자를 가졌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새는 몸 안에 두가지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고 자신의 자손들에게 이 유전자를 물려주게 됩니다. 이것이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과정에서 초기에 긴 꼬리를 선호하는 새가 아주 작은 차이만큼 더 많았다면 먼 세대의 자손들은 대다수가 긴 꼬리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긴 꼬리에 대한 선호도 세대를 거듭하며 증가하고, 이에 맞춰 꼬리의 길이 역시 길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9장 : 구멍 난 단속평형설
        여기서 도킨슨은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단속평형설'이라는 개념은 결코 기존의(다윈의) 진화론을 뒤엎는 새로운 내용이 아님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불분명하게 쓰이는 용어의 명확한 정의에서부터 시작하여, 지질학이나 진화론을 연구할  때의 시간관념은 일상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는 점도 강조하구요. 하지만 제가 이 단속평형설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도킨슨의 주장이 어떤 면에서 옳고 어떤 면에서 자의적인 주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10장 : 진정한 생명의 나무는 하나
        분류학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상당히 생소한 분류학의 갈래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서 도킨슨이 비판하는 대상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장 전체에 대해서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11장 : 경쟁 이론들의 최후
        진화에 대해 다윈과는 다른 식의 설명을 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이론들에 대한 도킨슨의 공격입니다. 이 장의 결론은  다윈의 진화론이야말로 생명의 경이로운 기적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이론이다...정도가 될 것 같네요


『향료전쟁』읽으면서 상당히 불편한 책 by 무민

이 책을 읽고 나서 꽤 재미있고, 내용도 나름대로 충실한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읽는 것이 불편했고, 시야가 좁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지극히 서양적인, 그것도 영국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좋은 책이라는 평은 못하겠습니다
부제인 '역사의 흐름을 바꾼 용기에 관한 전설적 이야기'는 영국인 상인 나다니엘 코트호프를 말합니다
그에 대한 내용은 이 책에서 10장 한 장에 불과하지만 작가가 그에게 내리는 평은 무척이나 후합니다
런 섬을 지키려 했던 그의 노력과 희생이 후일 영국이 맨해튼을 차지하게 된 발판이 되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결국 런 섬이나 맨해튼이나 그 운명을 결정하는데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었던가요?

전체적인 내용들은 영국이 동남아시아 항로에 한 발을 들이기 위해 희생한 배와 선원들
그 과정에서 벌어진 토착세력이나 포르투칼, 네덜란드와의 협력, 반목 따위가 주가 됩니다
당시의 항해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벌어졌는지
본토에서 떨어져 동남아시아의 낯선 기후에서 황금보다 비싼 향료를 얻기 위해 어떤 희생들을 감내했는지
실제로 남겨진 항해일지나 편지 등의 기록들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생생하게 당시 모습을 묘사하지만
그것이 일방에 치우친 기록이라서 읽는 사람을 호도하기 쉽습니다
이 책에서 네덜란드는 향료를 위해 동남아시아 원주민들을 착취하고
같은 기독교도들마저 고문하고 살해하는 무뢰배들로 묘사됩니다
심지어 그들의 신은 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지요
이에 반해 영국인들은 원주민들을 영국왕의 신하로 받아들여 보호하는 친구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요? 네덜란드의 위치에 영국이 있었을 때 과연 그들이 친구로 남았을지 의문입니다

그다지 추천하기 힘든 책이네요


『엔젤과 크레테』이제야 만나게 된 또다른 차모니아 연대기 by 무민

『에코와 소름마법사』슬레트바야의 길코양이라는 포스팅에서 이 책이 어서 나와주기를 기대했는데
드디어 나와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발터 뫼르스의 차모니아는 정말 놀라운 세계입니다
작가가 생각해내는 모든 것이 용납되는 이러한 세계는 그 정신없고 체계없음이 읽는 사람을 기대하게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대체 어떤 상상도 못한 것이 튀어나와 나를 즐겁게 해줄까??
그리고 『엔젤과 크레테』도 그러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엔젤과 크레테, 두 남매가 겪는 모험보다는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미텐메츠의 '미텐메츠식 여담'이 더욱 재밌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미텐메츠가 쓴 동화(?)에서 '미텐메츠식 여담'은 이 직립보행 공룡에 대해 보다 깊게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사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라는 가상의 인물(용물이 더 적합할까요?)에게
보다 입체적인 모습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책의 뒷부분에 상당한 분량으로 실려있는 미텐메츠의 반생기도 그렇구요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이 공룡이 작가로서의 여정 초반을 드러내는 자전적(?) 여행기의 일부임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최근의 『에코와 소름마법사』역시 미텐메츠의 작품을 번역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 등
작가인 발터 뫼르스 안에서 미텐메츠는 이미 살아있는 존재일지 모른다는 의심도 듭니다

뭐...이런 여러말 다 필요 없습니다
한 권밖에 안 되니 일단 펼치시고 그냥 쭉 읽으면서 즐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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