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눈 먼 시계공』을 읽으면서 스티븐 제이굴드의 책도 읽어보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목표는 단속평형설에 대해 이를 주장한 사람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이해해보는 것이었죠
해서 고른 책이 『팬더의 엄지』였는데
처음 이 책을 고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긴 어렵겠네요
저자가 과학저널등에 기고했던 칼럼등을 모아서 공통된 주제로 분류해 손질한 책이기 때문에
내용도 좀 산만하고, 단속평형설에 대해서도 짧은 언급밖에 없습니다(총 8장 중 1장)
하지만 진화론 전반에 대한 이해에는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신이라면 그렇게 만들었을 것 같은) 너무나 잘 설계된/만들어진 생명의 구조와 기능은 진화를 입증할 수 없고,
오히려 임기응변으로 보이는 너무나 이상한 해결방법이야말로 생명이 진화했음을 증명한다는 내용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머리글에서 밝히는 것처럼 총 8장인 책에서 진화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여겨지는 것은 절반뿐입니다
나머지 4개의 장은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저자 나름의 생각들입니다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편이지만 부분부분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으로 빠지는 모습도 보여서 아쉽네요
이 책에서 말하는 단속평형설의 근거는 대부분의 생물화석 기록이 나타내는 두 가지 특성,
정지(종의 형태상의 변화가 거의 없음)와 돌연한 출현(어느 지역에서 특정한 종이 거의 완성된 상태로 나타남)이
기존의 설명처럼 불완전한 화석기록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진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와 같은 현상은 진화의 두 가지 형태, 계통의 변화와 종분화 중 후자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계통의 변화는 어떤 종의 개체군 전체가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고
종분화는 한 계통에서 새로운 종들이 가지를 쳐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종분화는 특정 종의 분포지역 주변부에서 그 크기가 작은 개체군에서 급속한 속도로 일어나고
이와 같은 종분화가 새로운 종이 갑자기 출현하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물론 굴드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말하는 급격한 변화란 지질학자의 척도로 수백에서 수천년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굴드는 진화란 매 세대에 걸쳐 물이 암석을 깍아내듯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특정 개체군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어떤 종의 충분히 큰 개체군은 진화적 변화에 저항하는 정체기를 갖는다는 것이죠(화석기록의 정지)
이 책에서 도킨슨과 대척되는 굴드의 입장(도약설을 옹호하고 진화론에 포섭하려는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요한 구조적 변화는 무수한 중간단계를 거치며 일어나기 보다는 급격하고 돌발적인 변화를 통한다는 것이죠
도킨슨은 『눈 먼 시계공』에서 이와 같은 대도약에서 나타난 돌연변이는 생존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는 점과
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한 변화는 여러 단계에 걸친 작은 변화의 누적으로 달성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들어
이러한 대돌연변이가 진화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굴드는 전적응(아직 완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생물의 구조가 후일의 완성된 구조와는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
실제 있었던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으며 배아 단계에서의 작은 변화가 성체에서 큰 변화로 나타날 수 있음을 들어
커다란 불연속적 변화가 새로운 개체군의 발생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단속평형설에 대해 어떤 개념은 얻은 것 같지만 아직 부족하네요
다음엔 『다윈이후』를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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